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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수필가-최계순 |
사랑도 병이야 객혈로 뱉어 내는 꽃 꽃 꽃
바다를 사랑한거야 변덕스러운 바다
사랑도 깊으면 상처야 멍들어 붉어진 울음
동백꽃들이 빨갛게 떨어진다 사랑의 절망들이 떨어진다
먼 바다를 보며 콜록이는 동백나무 신음소리에
지심도가 몸을 뒤척인다
거제에 있는 지심도는 아름다운 곳이다. 섬 전체에는 수백 년 된 동백나무들이 있고, 겨울이면 섬 전체는 동백꽃들이 섬 전체를 뒤 덮고 만다. 지심도는 사랑의 섬이다. 겨울에도 빨간 립스틱 여인 동백꽃이 만발하여 추위를 잊게 한다. 그러나 변덕이 심한 바다를 보며 수백 년 동안 짝사랑을 해온 동백나무의 삶인들 결코 녹록치 만은 않았으리라. 눈보라 치는 겨울과 거센 풍랑을 지켜보며 하루하루 마음을 졸였을 것이고, 이런 저런 걱정도 많았으리라. 그래서 피어난 상처의 꽃들, 붉은 흔적들은 이곳저곳에서 정신없이 떨어져 발에 밣히면서 기약 없는 겨울은 견뎌왔으리라. 사랑의 후유증은 아프고 쓰라리다. 멍들다 보면 붉어진 상처들. 사랑도 깊으면 병이요, 아픈 상처 자국이다. 불로 데인 듯한 화인을 남긴 자국. 불로 태우다가 마침내 다 타버리고 남은 재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랑의 환희와 눈부심 그리고 떨림들. 꽃 한 송이가 피어나는 것처럼 진통과 아픔을 딛으며 사랑을 이어 왔으리라. 동백꽃 사랑도 눈멀고 멍들고 쓰라린 고통만 안겨준 짝 사랑이다. 지심도에서 바라보는 바다 색깔은 에메랄드빛이었다. 나의 영혼을 실어갈 만큼 매력적인 색깔이었다. 한번쯤 가볼 만한 사랑의 섬 지심도! 그 섬에서 보낸 시간들은 가장 친한 친구와 동행한 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병원에 있다. 뇌출혈이 와서 걷지를 못하고 있는 상태다. 여행을 좋아하여 국내•외 안 가 본데가 없을 정도로 활발하고 자유로운 심성을 가진 그녀였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움직이지를 못한다. 펄펄 날아다니고 싶었던 그녀가 새장에 갇히고 만 것이다. 마음이 외로울 때면 자주 찾던 그녀의 대명동 집 마당에는 파초가 자라고 있었다. 키가 큰 나무였다. 거실 바로 앞에서 그늘이 되어 주었던 우아한 집안 분위기가 있었던 집에서 영화며 음악이며 시에 대한 얘기를 얼마나 나누었던가. 면회를 가면 어눌한 언어로 말할 수밖에 없는 그녀와의 만남은 서글픔이다. 그녀와 같이 지심도에서 보낸 옛 추억을 회상하며 나는 지심도의 동백나무와 바다 그리고 그녀를 아프게 그리워한다. 아! 지심도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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