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거울을 보며(2)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 입력 : 2012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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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6호)에 이어
이른 아침이다.
아직 주위의 어둠이 채가시지 않은 이른 시간에 집 뒷산으로 새벽 산책을 나선다.
어둑어둑한 산길을 따라 걷노라면 차츰 주위가 밝아지고, 산기슭 군데군데 굴참나무와 아카시아 나무들이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지난여름 세찬 바람을 몰고 온 태풍 ‘매미’가 남기고 간 상흔(傷痕)이다.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며 산의 식구들과 어울려 살아가던 수십 년 자란 나무들이 거센 바람을 이기지 못해 쓰러져 있다.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뿌리를 드러낸 채로 넘어져 있는 나무들의 모습이 애처롭다.
태풍이 지나간 뒤로 남겨진 흔적 또한 우리 눈에 비친 자연의 거울이 아닐까. 그렇다. 산이 입은 상처는 분명 산의 내면이 내비친 하나의 거울인 것이다.
어찌 그것뿐인가. 태풍 ‘매미’로 인해 평온하던 마을이 전쟁터를 연상케 하는 폐허로 변한 모습을 TV에서 보았다.
집이 떠내려가고, 길이 끊기고, 그 단단하게 앉아 있던 큰 둑이 무너졌다.
가을과 겨울이 지나고 새봄을 맞은 지금까지도 복구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해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어둡게 한다.
지난 3월 초순, 우리나라 중부지역에 때 아닌 폭설이 내렸다.
경북 북부지방의 경우, 1904년 기상청 관측 이래 100년 만에 3월 적설량으로는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폭설이 내린 다음날, 어느 일간신문은 1면에 ‘국가재난에 정부는 없었다.’라는 커다란 제목으로 기사를 실었다.
기사 본문에 ‘충청 지역에 폭설이 내린 3월 5일부터 6일 오전까지 정부의 재해 예고?예방, 초기 대응?관리, 긴급 구호?구조 시스템은 완전히 실종됐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리고 기사문의 진술 분위기로 보아 다소 흥분된 듯한 기자가 ‘고속도로 이재민들은 추위와 배고픔, 공포감에 시달리며 노상에서 무정부 상태를 견뎌야 했다.’고 격앙된 어조로 쓴 기사를 읽었다.
희망의 새봄에 기상이변을 미리 대비하지 못하고 수천억 원의 피해를 입은 것은 국가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더욱이 피해 당사자인 이재민들은 이 어려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지 우리 국민들의 마음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흔히 이런 일을 두고 매스컴에서는 ‘이는 결코 천재지변이 아니라, 분명히 예고된 인재(人災)’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평소에 홍수나 태풍, 폭설 등 기상이변에 대해 사전 대비가 철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는 분명히 누군가 책임 맡은 사람들의 자기 일에 대한 무책임한 행동이 화(禍)를 당하게 된 것이라는 말이다.
피해 당사자들의 분노와 하소연, 그리고 군데군데 상처로 남아 있는 볼썽사나운 모습 또한 담당자의 무책임한 생각과 행동이 어두운 모습으로 세상 거울에 비쳐진 것이다.
학생은 교사의 거울이다.
교사의 가르침 따라 학생의 행동거지가 달라지기 때문에 한 말이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교사의 판서 글씨를 학생들이 그대로 본받는가 하면, 한 해 동안 담임한 교사의 말버릇을 학생이 닮는다.
이는 바로 교사의 행동이 학생들의 내면에 각인(刻印) 되었다가 겉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오늘날과 같은 핵가족 시대에 있어 가정교육의 부재 현상은 아이들이 자기 혼자만 아는 행동으로 성격이 형성된다.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예절에 대한 교육은 우선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가르쳐야 할 부모의 몫이다.
자기 아이 기죽인다고 마냥 풀어놓는 부모의 행동에서 아이는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잘난 사람으로 아집(我執)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 부모의 사람 됨됨이를 짐작해 보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더불어 사는 사회인으로서 인간관계의 기본을 올바르게 배웠다면 먼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가정에서 자녀들의 인성을 바르게 가르쳐야 할 부모조차도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을 일삼는다면 자녀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그런 부모의 행동이 바로 자식들에게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자식이 보는 앞에서 부모가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하고,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럴 때 집 밖에서 생활하는 자식들도 누구에게나 칭찬 받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것 또한 아이가 그 부모의 모습을 비추어 주는 거울인 것이다.
정치판이 시끄럽다.
지난 대선 때 기업으로부터 받아 쓴 불법 대선 자금 문제로 정치권의 신뢰는 땅바닥에 떨어져 있다.
연일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는 뉴스에서는 어느 정당이 어떤 기업으로부터 얼마만큼의 정치자금을 받아서 사용했는지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다.
자신은 깨끗하다고 큰소리를 치던 정치인들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문제로 수사관들에 의해 소환되어 조사를 받는다.
이러한 시점에서 많은 국민들은 국회의원의 존재 의의에 대해서조차 회의를 느낀다.
어려운 국가 경제와 국민들의 민생고 해결은 뒷전에 두고 오로지 자신이 속한 정당이나 자신의 정치적 욕망에만 사로잡혀 있다.
그러니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벽은 자꾸만 두터워질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 중에는 다가오는 국회의원 선거에는 아예 투표에 불참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정치인들도 이러한 상황을 깊이 인식하고, 이제는 진정으로 각성을 해야 한다. 이것 또한 오늘날 우리 한국의 정치판이 사회라는 거울에 비쳐지는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이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아이들이 거울을 가지고 놀면서 하는 말이다. 그래, 누가 제일 예쁠까?
인간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함과 솔직함이 그대로 비쳐지는 거울, 그 속의 그 모습이 가장 예쁘지 않을까.
<약력> 권영세 1949년 경북 고령 출생 1969년 모교 고령 성산초등학교 교사 발령 2011년 대구용지초등학교장 퇴임 월간문학신인작품상 당선 창주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등 수상 |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  입력 : 2012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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