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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계 평론(1)

아침산책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12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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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계순
전 고령군보건소 계장
ⓒ 고령군민신문



매달 쏟아지는 수필집과 작품들을 보면서 바야흐로 수필의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실감한다.

지난 세기에 서구의 무한 우주관이 온 세계를 뒤덮으면서 이미 수필의 시대는 예견되었다.
더구나 모든 장르들이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해체와 짝짓기를 거듭하는 퓨전 시대를 맞아 가장 폭넓은 장르로서의 수필문학이 미래문학을 추동해 나간다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한 겹 가려진 막을 열고 내면을 들여다보면 수필 문단의 풍요로움이 기뻐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 향상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거나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문학성의 시비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상업주의와 적당히 결탁한 타 예술인들이 이러한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약간의 정보와 흥미를 곁들인 애매한 잡문으로 수필 문단을 어지럽히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수필 마당에 이처럼 멍석이 번듯하게 깔렸는데도 왜 수필가들은 주인공으로서 당당한 위세를 부리지 못하고 관객들의 눈밖에서 밀려나고 있는가?

식상할 대로 식상한 지적이겠지만 이 책임은 결국 수필가에게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몇몇 수필가들의 치열한 창작 정신에도 불구하고 형상화되지 않은 일상을 신물나도록 되새김질하는 안일한 매너리즘이 '수필 쓰고 있네'라는 비아냥거림을 불러들이지 않았는가 성찰해 볼 필요가 있겠다.

우리는 지금 거대한 격랑이 휘몰아치는 세기의 바다를 건너고 있다.

규모와 빠르기를 짐작할 수 없는 물살에 실려 예술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의 영역들이 생존을 위한 탐색전을 곳곳에서 벌이고 있다.

이는 지나간 시대에서 일어났던 일과성 변화가 아니라 새로운 세기에서 재편성될 장르 설정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수필 문단의 현실은 미동도 않는 훼리호의 특등실에서 격랑의 바다를 외면한 채 자기들만의 축제를 즐기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평자는 안티 에세이(Anti-Essay)에 대한 논의를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그러나 반수필(反隨筆)로 해석되는 안티에세이란 용어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겠다.

선배 수필가들의 업적을 조금이라도 폄훼하고자 함이 아니요, 기존 수필의 정통성을 배타적인 안목으로 접근하자는 뜻도 아니다.

단지 통시적 관점에서 어떤 조류(潮流)가 맹아(萌芽)하여 꽃을 피우고 다시 새로운 생명을 예비하듯 정반합의 원리에 따라 수필 문단에 발전적인 바람을 불어넣어 보자는 새수필 운동쯤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수필 형식의 이론 정립이 시급하다.

흔히 수필을 무형식의 형식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수필의 한 특성을 지정하는 말은 될 수 있어도 수필 형식의 정의는 될 수 없다.

어느 시대 어느 예술의 갈래가 형식을 갖추지 않은 채 존재할 수 있었던가.

모든 예술은 형식과 내용이 상호간에 치열한 각축을 벌이면서 미적 가치를 담아왔다.

수필이 여느 장르와 달리 폭넓은 그릇이라는 장점을 내세워 삶의 총체적인 진실을 담아왔다고는 하지만 자유로운 형식이 오히려 내용 일변도의 잡다한 문학으로 몰아갔음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수필 형식의 이론 정립을 위한 토론은 서둘러 전개되어야 하겠다.

이와 함께 실험 수필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수필을 '붓가는 대로 쓰는 글'로 주저 없이 해석하면서 '시도하다'라는 실험성이 함축된 'Essay'의 어원을 굳이 도외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수필의 실험성은 다양하게 시도될 수 있으며, 이를테면 시로부터 운율을 차용할 수 있을 것이고 희곡으로부터 막과 장의 구성법을 인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허구성 문제도 전향적인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

수필이 언어를 표현 매체로 삼는 이상 언어의 분절성, 추상성으로 인한 허구적 표현은 불가피하다.

또한 일상을 문학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욕망 개입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12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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