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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하는 그림자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239호입력 : 2017년 0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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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고령군민신문 

갈등하는 그림자




바람이 온다고 하더군.
등나무와 갈저 넝쿨이 뒤 엉켜 터럭바위를 감싸고 있는 매부리 등성이를 사정없이 휘 몰아 쏜살과 같이 햇살이 내리꽂히는 계곡에서 서성이는 생각들을 방문하러 온다고 하더군.

지난 한 더위에 지나는 말투로, ‘누구나가 다 나누워 가져야지’ 하고 그것도 골고루 공평하게 주어지는 량을 잴 요량으로 뻐꾸기시계 태엽을 야무지게 챙겨 감아가면서 하루하루 채워온 일기장이 아직 퇴색도 되기 전에 새로운 녀석의 의자를 곱게도 챙겨 닦으면서 그대가 그토록 기다리는 바람이 오늘은 불어 올 것으로 알고 자라목을 하고서 마냥 기다린단 말인가?

벗어 제친 윗도리 저고리가 아직 채 마름질도 덜 끝난 이 시각에 무슨 일인지 자네의 누렇게 빛바랜 소식 한 장을 받아 보고 싶은 욕망으로 웅크리고 앉아있는 어둠을 향하여 때 이른 입김을 사정없이 뱉어 내어 본다네.

존경하는 그님이 말씀하셨지.
자네가 고민하고 걱정한다고 너의 키를 한자라도 크게 할 수 있었더냐?
힘들고 벅찬 고통의 순간을 고민한다고 가벼워지던가 말일세. 허튼 약속처럼 무지막지하게 남발하는 그것들은 아닐지라도, 사람들은 그토록 힘에 벅참을 느낄 정도의 일상을 피하는 방법들을 以熱治熱이란 미명아래 참음을 강요하고 일탈을 자연스레 정당화시키기도 하였었지.

이참에 자네에게 한마디 하겠네.
자네 입장에서는 여름이 더운 것도 못 마땅하여 에어컨디션 돌아가는 움막 속에서 선풍기 바람에 부채바람을 더하던 친구였으니 두말하여 뭐하랴?
조금은 미안하였는지 모르지만, 어릴 때 말뚝박이 죽마고우가 보낸 것이니 버려둘 수 없어 감상하느라고 부채를 펼쳐 들었다고 변명 축에도 못가는 설익은 말을 늘어놓던 철부지가 자네였고, 방송에서 Energy 절약 하려면 냉방기 말고 선풍기 사용하라 했다면서 겨우 식혀 놓은 방구석 먼지를 선풍기로 된통 날려버리던 자네의 돈키호테 발상의 생각들을 그냥 웃어넘기기엔 허전한 가슴이었고 고픔이었음을 자네는 기억도 못하지?

이왕 시작했으니 자네가 변명할 틈을 주지 않고 하나 더 할까하네 그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북반구에 사는 우리네 모두가 추운 줄을 알고 그냥 지내도 되련만 자네는 굳이 선진 지식을 습득한 선각자 흉내를 내야 한다면서 2중창에 두터운 팥죽색으로 된 벨벳 커튼으로 열손실을 잘 관리하고 있는 방안에서 역시나 절약을 위하여 캠페인처럼 내복을 입고 날뛰더니 먼지 내 보낸다면서 창문을 활짝 열어놓지 않았는가?

물론 누가 자네를 적극적으로 말리거나 추궁을 할 수도 없을 것이고, 모두가 바쁜 생활로 각자가 자기 길로 가노라고 관심도 없겠지만, 글쎄 자네 그래도 몸가짐을 곱게 사려 보질 않겠는가?

재수 없이 자네가 무슨 방송을 타거나 조그마한 상이라도 받아서 촉빠른 매스컴이라도 타는 날엔 미처 자네가 손쓸 틈도 없이 많은 이들이 자네의 그 책임감 없이 흩어 놓은 작태들을 답습하여 가다가 종점에는 도깨비 가면 같은 문화가 생성 될 수도 있을법하니 어찌 자네의 발 걸음을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암! 그러니 愼獨(신독) 하시게나.

자네의 모습은 항상 즐겁고 최선을 다한 실생활 전선의 승리자였었지.
일견 알차게 살아왔고 또 사회성이 뛰어나서 ‘사람 좋다.’란 수식어와 경제활동에도 탁월한 성과를 올려서 크고 작은 모임에서 그나마 명함정도를 돌리고 있음을 보면 자네는 성실하고 열성적이며 대체로 기본적인 준법정도를 기억하고 있는 듯도 하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유기체로 형성된 자네의 [ 틀 ] 모양을 보고 주위사람들이 하는 소위 듣기 좋은 말이고, 자네 자신이 고요한 한 밤중에 홀로 거울을 들고 자네의 돌출적이고 일탈적인 정신을 겨우 겨우 붙들고 있는 육신과 그 속에 감추어져 있는 진정한 자네의 형상 아니 허상을 만나보고 나서도 자네 맘이 편하다면, 그것은 자네가 아직 바보라는 틀을 완전히 벗어 던지지 못 했거나 아니면 정말로 자네는 바보일 것이란 말을 감히 자신 있게 던져 보고 싶다네.

자 친구 이제 우리 헤어져야 할 시 간 아닌가? 어디 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자네의 말을 해 볼 자유를 보여 주실 수 없겠나?
허허허, 여보게 진정으로 나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더란 말인가? 그렇다네.
아닐세. 자네는 나의 답을 기다린 것이 아니고 자네마음에 꼭 맞는 생각을 기다렸다는 것이 옳을 듯 하네만. 여하간 그림자로 살든, 태양으로 살던, 달은 항상 둥근 모양인데, 오른손 손톱모양이라 하다가, 반원이라 하다가, 둥글다고 했다가, 이젠 왼 손톱 모양이라고 하는 것이 모두 인간 당신들이 정했지 언제 달인 내가 입이라도 벙긋했는가?
다 부질없는 허상을 잡고 몸부림치고 있는 자네들의 모습으로 맞추어 놓을 것인데 왜 답을 하라고 하는가? 잘 살게나.
-수필가 동화 한 봉 수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239호입력 : 2017년 0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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