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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현장을 찾아서(5)-순수시인'과 '순수'의 의미 (上)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244호입력 : 2017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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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현장을 찾아서(5)


미당 서정주 시문학관을 찾아서
순수시인'과 '순수'의 의미 (上)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 이 나라 역사의 흐름도 그렇게만 하신이여 이 겨레의 영원한 찬양을 두고두고 받으소서.
새맑은 나라의 새로운 햇빛처럼 님은 온갖 불의와 혼란의 어둠을 씻고 참된 자유와 평화의 번영을 마련하셨나니 잘사는 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물가부터 바로 잡으시어 1986년을 흑자 기원 원년으로도 만드셨나니 안으로는 한결 더 국방을 튼튼히 하시고 밖으로는 외교와 교역의 무대를 온 세계에 넓히어 이 나라의 국위를 모든 나라에 드날리셨나니

이 나라 젊은이들의 체력을 길러서는 86 아세안 게임을 열어 일본도 이기게 하고 또 88서울올림픽을 향해 늘 꾸준히 달리게 하시고 이 나라와 세계에 떨치게 하시어 이 겨레와 인류의 박수를 받고 있나니 우리 좋은 문화능력은 옛것이건 새것이건 이 나라와 세계에 떨치게 하시어 이 겨레와 인류의 박수를 받고 있나니 이렇게 두루두루 나타나는 힘이여 이 힘으로 남북대결에서 우리는 주도권을 가지고 자유 민주 통일의 앞날을 믿게 되었고 1986년 가을 남북을 두루 살리기 위한 평화의 댐 건설을 발의하시어서는 통일을 염원하는 남북육천만동포의 지지를 얻으셨나니

이 나라가 통일하여 흥기할 발판을 이루시고 쉬임없이 진취하여 세계에 웅비하는 이 민족기상의 모범이 되신 분이여! 이 겨레의 모든 선현들의 찬양과 시간과 공간의 영원한 찬양과 하늘의 찬양이 두루 님께로 오시나이다.

- 전두환 대통령 각하 56회 탄신일에 드리는 송시 서정주 1987년 1월 18일한국 최대 최고의 시인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미당 서정주의 놀라운 시(?)이다.당시 5공의 정보기관에서 서정주 시인을 지하실로 끌고 가 이런 시(?)를 쓰라고 고문이라도 했을까? 아닐 것이다.그러면 전두환은 <한국 최대 최고의 시인>의 이런 찬사를 받고 감격하며 '하사금'이라도 듬뿍 내렸을까? 모를 일이다.위대했던 광주시민의 계엄령 해제를 외치는 평화시위를 참혹한 학살로 대응하고 권력을 탈취한 전두환에게 이토록 눈부신 언어들로 찬사를 올린 서정주 시인의 나중의 생각은 어땠을까? "기억에 없다"였다.

전두환이 법정에 서던 바로 그날 나는 '미당선생'에게 전화를 드렸던 일이 있는데 그때의 이야기를 2001년에 <창작과 비평>에 실은 글을 그대로 인용하겠다. '미당 담론'을 읽고먼저 내가 겪은 '미당 선생'을 말하고 싶다. 전두환이 잡혀서 처음 법정에 서던 날, 나는 일면식도 없던 '미당 선생'에게 전화를 드려서 "선생님, '단군 이래 오천년 만에 처음 만나는 미소의 사람'이며 '겨레의 영원한 찬양을 두고두고 받아야 할 사람'이 오늘 법정에 섰는데 선생님 소감이 어떠십니까?"라고 했더니 "누구 말이오?"라고 하길래 "그야 전두환이지요, 선생님. 저는 조금도 선생님을 조롱하거나 야유하기 위해서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선생님의 전두환에 대한 극도의 찬양이 옳았다면 전두환 구명운동을 하시던지 아니면 수많은 선생님의 독자들에게 사과를 하십시오."라고 했더니 "기억에 없소"라고 했다. 그래서 "그러면 제가 그 기억을 되살려 드리겠습니다"라고 하며 "한강을 넓고도 깊게 만드신 이여.... 우리 역사 또한 그렇게 만드신 이여...." 어쩌고 하는 이른바 '시'라는 것을 읊었더니 "딱"하고 전화를 끊어버리는 것이었다. "....겨레의 영원한 찬양을 두고 두고 받으소서......"라는 '절창'까지 읊기 전에! 허탈하고 가소로왔다.'기억에 없다'라는 말까지 어쩌면 그 누구들과 그렇게도 빼박아 닮았던지.... 이것이 내가 겪은 '민족 최고 시인'의 모습이었다.

어째서 '미당 선생'은 '다쓰시로 시즈오'(達城靜雄)로 성과 이름을 갈았던 시절부터 일제 찬양, 이승만 찬양, 박정희 짝사랑, 월남 참전 찬양, 전두환 찬양에 이르기까지 '찬양'으로만 일관했을까?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지 못할까?일제시대건 독재시대건 시인에게 완전하게 보장되는 단 하나의 자유가 있었다. 침묵의 자유!'미당 선생' 뿐 아니라 원로 시인이라는 조 무슨화 또 누구누구....그렇게도 '전두환 장군'에게 낯 뜨거운 찬사를 바치던 '시인'들 가운데 단 한 사람도 구명운동을 한다거나 반성이나 사과를 하는 사람이 없는 '순수시인'들의 모습이 서글퍼서 <한겨레신문>에 통탄하는 글을 보낸 적이 있었다.고은 선생의 [미당 담론]으로 지상(紙上)이 요란한 것을 보고 인편으로 <창비>를 구해 단숨에 읽었다.한마디로 절실한 글이었다.
결코 '옛 스승'을 고의로 비하하거나 인신공격을 하기 위한 글이 아니었고 정확한 분석과 큰 아픔을 가지고 쓴, 실로 고은 선생만이 쓸 수 있는 글이었다.왜 이런 글이 비판을 받아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더구나 고은 선생은 세상이 아는대로 예술지상주의에서 변신, 민족사의 살 아픈 현장에 뛰어 들어 온 몸으로 문학과 실천을 함께 한, 유신시대의 고초를 겪어 '5.17의 군인들'에게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극한의 고통까지 이겨 낸 우리 시대의 순수와 열정이다.감옥 안에서도 짓이겨진 몸으로 무서울 정도의 문학 정진을 했고(이것은 고은 선생이 수감되어 있던 대구교도소의 어느 방에 나도 잠시 있었는데 교도관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그 민족사의 아픔 가운데서 이루어진 것이 '고은 문학'일 것이다.잠시 동안의 독일 침략 아래의 프랑스에서 이백자 원고지 여섯장 정도의 친독 행위가, 친독 행위로 백만장자가 된 경제인의 5년 감옥살이에 비해 사형에 처해졌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지만 프랑스의 문학, 문학 행위에 대하여 두는 크나큰 비중이 부럽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진정! 부끄럽게도 우리 문학을 돌아보면 일제 이래로 독재의 긴 어둠 속을 지나오면서 그 치욕스럽고 비굴했던 문학 행위에 대하여 단 한번의 '역사적 반성'도 없지 않았던가.

자랑스러운 역사도 역사이지만 부끄러운 역사도 역사이다.이것을 나는 <제 12대 전두환 대통령 내외분이 기거했던 방 입니다>라는 팻말이 서 있는, 그래서 <법당>이나 <만해기념관>보다 찾는 사람이 더 많은 백담사에서 고통스럽게 그것을 바라보면서 더욱 느꼈다.일방적인 찬양은 일방적인 매도와 마찬가지로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일제 이래로 독재 시대에 걸쳐 있어왔던 '작품'들까지 두루 다 읽어볼 수 있어야 하겠고 <창비>에서 이 작업을 해 주었으면 한다.우리 역사와 우리 문학에 대한 왜곡이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당시 필자는 2년여 백담사에서 만해기념관을 지키고 있었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외부 필진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244호입력 : 2017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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