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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_ 최계순 / 시인⋅수필가 |
이 작품은 최계순 작가가 2021년 달성군과 협조하여 실시한 금호선유 문화백일장에서 탐화랑으로 수상한 작품을 소개한다. 최계순 작가는 수필가로서 전국공모전에서도 항상 우수한 성적을 많이 거두었으며 실력을 인정받는 작가로서 누구보다도 고령군을 빛내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원래 고향은 경남 함양군 서상면으로서 고령군은 타지역이지만 30여년 간 고령군 보건소에서 재직했을 뿐만 아니라 공무원으로서 재직 시 많은 주민과 친화력이 뛰어나 관내 지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마당발인 사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늘 고령을 사랑하는 그런 마음이 누구보다도 돋보이는 사람이다. 신문사뿐만 아니라 일반 메스컴을 통해 시를 발표하고 왕성한 실력을 뽐내는 열정은 젊은 사람들도 따라 가지 못하는 그런 큰 에너지를 가졌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사물을 바라보는 식견과 관찰 가운데에는 늘 따뜻한 시각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고, 따뜻함을 강조하는 시인이자 수필가라고 말 할 수 있다.
이번 수상을 통하여 다시 한번 더 재도약하는 시기를 맞아 앞으로 더 국내에 알려지는 큰 작가로서 자리 잡아 가기를 바란다. 이번 금호선유문화제는 낙동강을 중심으로 옛 선비들의 정신과 발자취를 돌아보고 현시대에 맞는 우리들의 자세를 가다듬는 취지로 열린 백일장이었기에 작가의 웅대하고 심도있는 필력을 감상해 보면 좋을 듯 하다. = 영남의 정신 =
낙동강 칠백리 물자락은 경상도에서 시작하여 경상도에서 끝난다. 그러기에 영남은 낙동강이요, 낙동강은 곧 영남을 일컫는다. 낙동은 가락(상주)의 동쪽을 흐른다는 뜻에서 나왔다고들 한다.
그 줄기들은 안동 땅을 흐르는 반변천 미천 영강 위천이며, 문경과 예천 땅을 흐르는 내성천, 김천 선산 땅을 흐르는 감천, 대구 근처를 지나는 금호강, 고령 합천 땅을 흐르는 회천 황강, 의령 진주 산청땅을 흐르는 남강이며 밀양땅을 흐르는 밀양강 등 이 엄청난 물줄기들을 다 포함한다.
이 강에서 생활 터전을 삼아온 세월들이 옛 신라, 가야문화를 탄생했고 조선조 시대에는 이 나라 선비들을 줄줄이 길러 내었던 것이다.
설총과 최치원이 그렇고 안향 정몽주 김굉필 정여창 이황 조식 등 뛰어난 선비들이 대부분 영남인이었으니 그 얼마나 자랑스러운 고장인지를 잘 알 수 있다.
당시에는 지방 중심의 교육기관이었던 향교가 퇴폐하여 이를 대신할 서원의 설립이 필요했었고 그 서원들이 지향하는 교육이념은 도학과 충절의 두 가지로 집약되었다. 그러기에 낙동강 변의 서원을 중심으로 영남에서 형성된 일군의 유학파들을 일러 영남학파라 했다. 이들은 대의명분과 정의를 강조하면서 의리와 신의를 지키며 관직과 재산을 탐하지 않는 고결한 인품의 완성을 올바른 선비상이라 여겼다.
그래서 유학자들은 힘써서 학문을 닦았고 몸가짐을 단정하게 가다듬어 조정에 나갔을 때는 이 나라에 충성을 다하는 것이 그들이 가진 기본 도리였다. 그러다가도 의견이 맞지 않을 때에는 일신의 영달과 벼슬을 버리고 향리로 돌아와 자연속에 묻혀 살면서 후학들을 기르는데 그 주력을 다 하였다.
경상도 자락자락을 따라 흘러가는 낙동강 변에 줄 지어선 영남의 서원들은 소수 도산 묵계 호계 병산 동락 도동 등이 있고 이곳에서 이 나라의 큰 학자들이 배출된 것이다.
퇴계 이황, 서애 유성룡, 한휜당 김굉필, 여헌 장현광 선생 등을 추모하는 이 서원들은 선현배향과 지방 교육을 담당했던 유서 깊은 장소가 아닐 수 없다. 아름답고 조용한 곳에 자리 잡은 이곳에서 공부에 힘썼던 유학자들은 올바른 선비정신을 길렀고 찬란한 유교 문화를 일구었으니 그 선비들의 혼이 곧 ‘동방의 예의지국’이니 ‘추로지향’이니 하는 이름을 얻게 한 것이다 그들은 한번 옳다고 믿는 가치체계의 이상을 지키기 위하여서는 죽음도 불사하는 굳은 신념의 소유자였다. 이러한 선비정신과 신의 위주의 충효의식은 나라가 어려울 때는 곧 구국의 길로 나서게 하는 밑바탕이 되었다. 그 정신이 임진왜란 시에는 수많은 의병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었고 일제 치하에는 독립운동 등으로 나타났으며 시대 따라서 사회운동이나 민족적 민주운동으로 면면히 그 맥을 이어온 것이다.
영남 땅에 이상화, 이육사를 위시한 저항 문인들과 신돌석 곽재우 등의 의병장과 석주 이상룡 설산 김창숙 등과 같은 독립 운동가들이 모두 의리와 명분을 강조했던 것도 이러한 서원 문화의 영향 탓에 기원한다고 본다. 그러한 낙동강의 굽이굽이 우뚝 서있는 서원들은 낡고 퇴락하여 볼품이 없지만 그 옛날 대쪽같이 푸르던 선비들의 얼은 아직도 면면히 흘러오고 있는 곳이다.
시대가 흘러 현대사로 들어오면서 이 땅에 대통령이 둘이나 나왔고 기타 이름있는 정치가와 학자들이 나왔다고는 하나 그 시대의 참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이는 아주 소수인에 불과하다.
다변하는 현대 시류에 밀려서 눈치 보기에 빠른 수많은 아부꾼과, 자리가 마련해 주는 권력의 힘에 내둘려지는 부정부패의 힘에다가 또는 돈에다 그 가치를 전적으로 두고 있는 배금주의에 놀아나면서 우리가 가진 선비정신이라든가 충효의식 또는 정의와 신의가 있는 고상한 정신들은 어디론가 다 사라져 버렸다.
또 옛 조상들을 추모하고 숭배하는 허명의 힘에 눌려서 옛것을 능가하는 오늘이 없음도 뉘우칠지도 모른다. 앞서간 분들의 정신과 학문의 업적을 본받아서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것들을 이루어 나가야 하는데도 오히려 그런 진전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내다웠던 대장부의 기개와 용기도 잔모래와 같은 남자들의 복사판만 찍어내고 있고 꿋꿋했던 절개와 의리도 다 내팽개친지 오래다. 산과 강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우리들의 강토에 강물의 역사가 이룩하는 이 낙동강 칠백리에 면면히 이어져 오는 영남의 정신은 어디로 갔는가.
낙동강의 물줄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고는 하나 그 옛날 솔같이 푸르던 선비의 정신만은 어떤 외부의 변화에도 아랑곳없이 우리들의 혈관과 가슴에 면면히 흘러가야 한다. 옛 조상들의 올곧은 기개와 정신이 살아 있을 때에 진정한 우리들의 역사가 흘러 가련마는 밖으로 보이는 것들에 밀려서 참다운 정신의 힘을 망각하고 있지나 않은지…….
그들이 이룩한 학문의 경지를 더 훨씬 뛰어 넘는 큰 학자와 이 나라를 위하는 정치가와 안으로는 내적인 한국의 혼을 간직한 영남 시민으로서의 현재가 우리들의 참모습을 이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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