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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수필가-최계순 |
어릴적 뛰돌아 다닐 때
해질 무렵 들리던 다듬이질 소리
흰 옥양목 삶고 빨래하여 착착 개여
동그란 나무 방망이로 곱게 펴던 천 자락
미운 시어머니 등짝도 후려 갈기고
심성 사나운 시누이 눈 흘김도 두드리고
밖으로만 다니던 남정네 핫 바지도 두들겨
어머니들 화풀이 대상이기도 하고
잔잔히 주름살 펴던 휴식의 시간들
부엌 아궁이에 군불 지피던 그 시절
소 외양간 소죽이 펄펄 끓고
어머니 손가락 골무끼고 기울것이 많던
그런 저녁소리를 듣고 싶다
토닥 토닥 그 방망이 소리
가난한것들이 기워지고 두들겨 지던
그 아련한 소리들이 남아 있어서
가끔은 나를 부르곤 한다
시작노트
지나간 가난의 청승맞고 구질구질 하던 옛 시절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구멍난 양말을 깁고 또 기우고 내의도 기워 입던 시절. 풀을 하여 이불깃과 베게닛을 만들고 두루마기와 치마를 손질하던 그 때. 집집마다 다듬이질 소리는 음악처럼 울러 퍼졌다. 호박넝쿨 자라던 담벼락을 넘어 소 외양간을 넘어 잔잔하게 들려오던 소리. 아이들 부르는 어머니 소리도 있었던 정겨운 저녁. 가끔은 그 소리들을 쫓아 갈 때가 있다. 연기나는 초가집이 있던, 보리쌀로 끼니를 때우며 코 질질 흘려대던 옛 시간. 배만 부르면 행복하다고 여겼던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지금의 아이들이 알기나 할까? 우물에 두레박을 던져 우물물을 길어다 먹고 물동이로 물을 담아서 옮겨 오기도 했고, 지게와 호미 곡굉이로 농사를 지으며 두엄을 썩히던 마당. 전 근대적이고 느리고 게을러 보이던 흐르지 않는 시간들은 그래도 우리들 의식 저 편에 아름다운 배경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다듬이 소리를 듣고 싶다 라는 시를 써 보았다. 봄이다. 행복한 봄이다. 이 봄에 어느 집 담벼락을 넘어 토닥 토닥 다듬이질 소리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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