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특별기획으로 ‘원로와의 만남’이란 코너를 시작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원로 분을 모시고 우리 고령군에 대한 여러 가지 발전 방안과 애정, 아름다운 이야기, 에피소드 등을 통해 살기 좋은 우리 지역을 다시 한 번 재정립해 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주인공으로 이태근 전 군수님을 초대석에 모셨다.
“만나고 싶었습니다”
위풍당당한 카리스마 이태근 전(前)고령군수
“좋은 책을 읽으면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이고, 새 책을 읽으면 새 친구를 만나는 것입니다.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 옛 친구를 만나는 것이지요”
초여름의 싱그러운 바람과 청아한 하늘빛 고운 오후, 읍내에 위치한 이태근 전 고령군수님의 사무실을 찾았다. 빈틈없이 서적으로 빼곡한 사무실 분위기에서 군수님의 근황을 헤아리고도 남았다. 40년 넘는 세월을 수많은 철학서적을 보면서 삶의 철학을 통달하신 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삶의 철학 역시 책에서 배운다.
고령군수 3선을 지내오면서 훌륭한 리더로 평가받았던 이태근 전 군수님의 덕목을 보면 원칙을 지키는 위풍당당한 카리스마였다. 무슨 일이든지 아무리 어려워도 최초로 정한 원칙과 기본에 따라 끝까지 해낸 분이 바로 이태근 전 군수님이다. 그는 미래를 생각해 볼 때 옳다고 생각되는 의견들에 대해서는 올바른 방향으로 설득하고 이끌어 가는 것이 리더가 갖추어야 할 참된 덕목이요 자질이라고 한다.
장시간 동안 이태근 전(前)군수과의 인터뷰를 통해 오늘날 살기 좋은 고령군 원동력의 근간을 엿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탄탄대로인 고령군에 대한 밝은 미래에 이태근 전 군수님의 잔잔한 숨결이 스며있음 또한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원칙과 중심, 그리고 기본을 지향한 이태근 전 군수님과 본지 이복환 대표님과의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나눈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편집자 주)
본 기자에게 ‘육조시대 인간백경’에 대한 서평을 들려주고 계신 이태근 전 군수님
Q_ 근황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A_ 요즘은 중국의 고서를 즐겨 보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승가대학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경전 같은 훈(訓), 바로 ‘치문경훈’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지요.
“좋은 책을 읽으면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이고, 새 책을 읽으면 새 친구를 만나는 것입니다.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 옛 친구를 만나는 것이지요”
아직 건강이 완전 회복되지 않아 주로 책을 보면서 간간히 바깥 활동을 하신다는 이태근 전 군수님께서는 추천도서로 중국 육조시대 당시의 학설을 총 망라해 놓은 ‘육조시대 인간백경’이란 책을 보여주신다. 일반인들은 처음 접하는 책이다. 그만큼 철학 고서를 독파하신 분에 걸 맞는 추천도서였다.
Q_ 삶의 철학에 대해 들려주십시오. A_ 행운유수(行雲流水) 하늘에 떠가는 구름과 쉬지 않고 흐르는 물이라는 뜻으로 '거침없이 살자'는 것입니다. 물론 상생 약수라 해서 세상에서 제일 좋은 덕이 물과 같이 흐르는 것이라 했습니다. 물은 흐르다가 채이면 돌아가듯이, 또 구름이 가듯이 막힘없고 거침없이 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호하기를 운천(雲川)이라 했지요.
Q_지난 시절 고령군수로 3선을 역임해 오시면서 많은 일들을 해오셨는데, 그 중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라면? A_ 많은 일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 지역, 고령군을 경북의 3대 문화권으로 올린일입니다. 안동의 유교문화권, 경주의 불교문화권과 함께 고령을 가야문화권으로서 경상북도의 3대 문화권으로 올린 것이 가장 보람으로 남습니다. 이 일은 국가적으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경상북도 23개 시·군 가운데 최서단의 하나로 울릉군 다음으로 작은 도시가 경상북도 3대 문화권으로 등재한 일은 정말 보람으로 남습니다.
Q_ 이면에 또 아쉬운 일이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A_참 많은데 그 중에서도 소위 교육의 자립을 하고 싶었는데 못시키고 나온 것이 못내 아쉬운 일입니다. 교육의 자립을 통해서 인재들이 대도시로 빠져나가지 아니하고 모여드는 그런 지역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는 불가능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Q_앞으로 꼭 하시고 싶은 일이 있으다면 A_원래 학당 즉 스타디그룹을 만들어서 공부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입니다. 제일 소망이 있다면 내가 예우 받지 않는다고 섭섭해 하지 아니하고, 또 사람들이 걸림 없이 일반인으로 대하는 그런 진짜 원래 자연인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 소망입니다.
살아보니 걸림이 자꾸 생깁니다. 어떤 사람은 섭섭해지고 그런 게 없어야 하는데, 내 마음을 가장 편하게 끌고 갈 수 있는 것이 세력에 의지하지 않고, 절대 세력에 휩쓸리지 않고, 세력을 구축하려 하지 않으며, 편하게 있으면서 예우를 받으려 하지 않는 예전의 그 편안하게 있을 그 당시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진정한 소망입니다.
인터뷰 후 본지 이복환(사진 좌)대표님과 이태근 전군수님(우)이 대가야의 발전을 기원하며 손을 꼭잡고 기념촬영.
Q_ 마지막으로 우리 지역, 고령이 좀 더 발전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고견을 주신다면? A_ 먼저 조직적으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 산업의 입지, 문화의 창달 등 모두가 지역의 경쟁력입니다. 조직적으로 지역의 경쟁력이 확실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출퇴근하는 것도 지역의 경쟁력이 뒤떨어지기에 그렇다고 봅니다. 그들은 교육의 경쟁력과 대구와 고령의 주택 가격에 대한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정주할 수 있는 경쟁력을 빨리 갖추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렇게 되면 희망이 생깁니다.
그렇게 하려면 목표를 추상적으로 세우지 말고 구체화시켜야 합니다. 이젠 언론사도 지역주민의 의식을 끌어올릴 수 있는 그런 교육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