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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다른 이를 씻어주며 살아라.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20년 11월 11일
제법 싸늘한 공기 냄새가 단풍놀이를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거리두기 하라는 조금은 괴이한 풍습이 신조어처럼 정착화 되어가는 가을이라 조용히 책이나 뒤적이면서 소일하고도 싶지만 돈키호테 기질의 시골글쟁이는 겨드랑이 날개가 꿈틀거려서 우리 고장의 명산인 주산(主山) 등줄기를 타고 놀아보고 있다.

한국문인협회진흥이사/수필가 동화 한봉수 작가와 어머니

지난 여름날에는 순장당한 여자애의 흐느끼는 울음소리로 인하여 즐거움 보다는 천도 기원 발원문 한 구절이 입가에 맴 돌아 무거운 마음이었는데 오늘의 산행은 유치원생의 마음처럼 가볍고 즐겁다. 라디오에서는 아직 지리산까지도 미치지 못한 단풍노선이라고 했지만 주산자락에는 단풍 흉내를 내는 녀석들이 사춘기 맞은 녀석들의 여드름처럼 제법 울긋불긋하다. 과체중의 결과물인지 등줄기를 숨어서 흐르던 땀방울들이 얼굴을 온통 얼룩무늬 칡소의 등짝처럼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문득 시원한 목욕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름 전에, 노치원(주간보호센터)에 다니시는 어머님의 건강이 조금 약해 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철원을 다녀왔다. 구순(九旬)을 지난 서산머리의 노인네 생활이란 언제 어떻게 진행될지 종잡기 어려우니 한 세상 불효짓만 한 못난놈이 청개구리 심정으로 하늘소풍 하시기 전에 한번이라도 더 뵙는 것이 숙인 고개를 위로 할 듯하여 2박3일 휴가를 내어 뵙게 되었다.

그만해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으련만 모두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바쁘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촌놈이 천리길을 왔다고 초저녁에 우루루 왔다가 내일 일 핑계로 각자 집으로 가면서 나에게도 주변의 모텔을 잡아 놓았다고 질녀(姪女)가 통보해 왔다. 하지만 어머님을 가까이서 하룻밤이라도 살아 계실 때 모시고 싶어서 요양보호사선생을 특별 휴가를 주어서 귀가 시키고 흰 머리카락 철없는 아들은 말라 비틀린 어머님의 젖꼭지에서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오는 사랑을 밤새워 먹었다. 예전에 양노원 근무 시절 노인 수발 익힌 경험으로 이야기도 들어주고 손발을 주물러 주면서 어머님이 주무시다 깨어나시는 잠시잠간의 시간으로 일기장을 채우다 보니 어머님은 오늘은 학교(주간보호센터)에 가시겠다하시면서 이 아들에게 목욕 수발하는 영광을 내려 주셨다.

합천에 계실 때는 상상도 못 할 당신의 목욕 수발을 이 아들에게 허락하심에 많이 놀랐지만, 인생 달인이 되신 어른이 ‘평소 딸이나 요양보호사가 목욕수발하면서 힘들어 하심을 마음으로 느끼고 계시었셨구나.’ 하고 생각하니 평소 어머님의 성품을 또 배우게 되었다.
매일 목욕을 하셨으니 무슨 씻을 오점이 있을까마는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노치원 아우들(급우)이나 선생들에게 행여 냄새라도 풍길까? 걱정하며 단도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은 정신적으로 매우 건강하심에 감사의 눈물이 났다.

어릴 때 업히면 그렇게도 넓고 포근하던 어머님의 등짝을 씻겨 들이면서 그 당시 어머님이 입고 계셨던 사각사각 소리 나는 풀 먹인 무명옷의 오케스트라를 생각하고 있는데 어머님은 “셋째야 너도 예수님처럼 다른 사람의 발을 씻어 주면서 살거라.”하신다. ‘아! 어머님은 이 말씀을 언제고 갑자기 올 그날을 예비해 미리 해 주시려고 나에게 목욕 수발을 시키셨구나.’하고 생각하니 갑자기 서러움이 몰려와서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것이 아낌없이 주시는 어머님의 가르침이고 내가 앞으로 수행해야 할 사명임을 알게 하시는구나.

하늘의 큰 사명을 이루기 위하여 오셨다는 예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면서 “너희도 가서 저들의 발을 씻어주라.” 하셨다 하던데 지중해의 사막을 걸어온 지친 그들의 발을 씻어주면 얼마나 고마워했을까? 아니 얼마나 의지하고 따르고 싶었을까? 지금보다 2천 년 전이라 약속된 정신적인 법이 아니라 힘으로 짜여진 로마법령이 지배하던 그 시절에 강자가 약자의 발을 씻어주는 최상급의 극존대 행위를 하라. 자신들을 괴롭히는 그들에게 가서 행하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오늘날에 생각해도 실로 결코 가벼운 명령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하늘의 큰이 앞에서는 모두가 같다는 크고 오묘한 진리를 완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은 도저히 용납하지 못할 말씀이기에. 과학이 사상최대로 발전하여 모두가 엄청난 즐거움을 향류하고 있는 오늘날도 조금 더 권력을 쥐었거나, 재력에 편중하여 불법 탈법으로 주위의 사람들을 무시하며 불법 탈법을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긍심으로 여기는 듯한 많은 사례들을 생각하니 하나님과 예수님이 동일인임을 설명하는 삼위일체설을 용납 할 수 있는 것 같다.

어머님께서는 이 아들에게 “돈 많이 벌어서 행복하게 살아라.” 하시지 않으시고, 또 평소처럼 “갸와 다시 합쳐서 살아라.”도 아닌 예수님처럼 다른 사람들을 씻어 주면서 살아라. 하시는 깊은 말씀을 석양의 한 귀퉁이에서 하시는 뜻이 무엇일까? 나에게 배움을 나누어 준 약250여명의 교수님들 중 어느 누구도 이렇게 말씀 하신이가 없었으며, 교회에서 하나님과의 가교자라고 하신 목사님 중에도, 크게 깨닳기를 정진하는 많은 나의 승려(僧侶) 친구들 중에도
이렇게 알려주는 이가 없었으니, 참으로 어머님의 가르침은 어쩜 이곳 주산(主山) 줄기의 바람이 오묘하고 달콤한 이유와도 같은가 보다.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20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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