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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병욱_국토교통부노동조합 위원장 |
| 봄기운이 한껏 느껴지는 날이다,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더 없이 원망스럽다. 모든 일상을 빼앗은 까닭이다. 실제로 절기도 지난 3일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과 지난 18일 만물의 소생한다는 우수(雨水)를 지나고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나는 경칩(驚蟄)을 앞두고 있다.
아무리 코로나가 기승을 부려도 여전히 시간은 흐른다. 부정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포항지역의 화두도 바뀌어왔다. 우리나라 대표 산업 도시이자 철의 도시인 포항은 이제는 인구 쇠퇴 문제에 직면했다. 가장 시급한 사안은 포항시가 역점 추진 중인 '인구 51만 회복'이라 할 수 있다.
떠나간 사람들이 다시 포항으로 돌아오게 만들고, 또 외지인이 지역에 안착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비단 사회 인프라 부족이라는 단편적인 시각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보육, 거주, 경제, 교육 등 전 생애주기에 걸쳐 경험하는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야만 풀 수 있는 숙제다. 또 정부 혼자 모든 것을 풀기 힘든 것 또한 사실이다.
필자는 우리가 직면한 인구·도시 문제에 대해 평소 깊이 고민해 왔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노동의 가치가 저평가된 점을 들 수 있다. 지금까지 가파르게 물가는 상승한 반면 노동의 가치는 그만큼 오르지 못했다. 홀벌이 가구일수록 생활고에 허덕인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노동의 인식이 여전히 산업화 시대에 머물고 있다. 화이트칼라는 대우해주고 현장에서 땀 흘리는 블루칼라는 다양한 단어로 비하받기 십상이다.
교육적 측면에서는 ‘명문학교 진학 우선주의’를 선호하는 현상이 우리 사회를 삭막하게 만들었다. 공정경제 측면에서는 갑은 을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기 보다는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저렴하게 받고자 하는 욕심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 정당한 보상이 아닌 그릇된 ‘고객 우선주의’가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측면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상승하는 집값에 내 집 마련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됐다는 무주택자들의 신음 소리도 놓쳐선 안 된다.
조심스레 종합해 보면 우리 사회가 유년시절부터 너무 치열한 경쟁사회를 경험한 까닭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더 좋은 학교, 더 좋은 직장, 더 좋은 주택을 목표로 고군분투하다보니 이제는 공존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됐다.
더 좋은 학교, 직장, 주택은 상대적 가치다. 보여주기에 집중한 결과, 나 자신은 잃어버렸다. 그 연장 선상에서 오늘날 인구 절벽 문제가 봉착하게 됐다. 줄어드는 인구의 문제는 돈 문제만은 아니다. 남을 인식하고 겉으로 보이는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다가 지쳤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물론 치열한 경쟁을 통해 지식은 더 많이 쌓았을 순 있지만, 인간 본연의 모습은 잃어버렸기에 더 가슴 아플 따름이다.
이 시대가 경험하고 있는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필자는 주장하고 싶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급급한 인생을 살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속에서 만족을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그 속에서 창의적인 사고가 등장하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세상에 없던 경쟁력 갖춘 나라는 상품이 필연 등장할 수 밖에 없다. 경쟁력 있는 상품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 힘이 있다. 이는 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는 도구가 된다. 결국 우리가 처한 모든 문제는 사회 인식이 개선돼야 비로소 해결될 문제들이다. 남의 시선과 욕심을 잠시 내려놓고 ‘나다움’을 먼저 찾는 일이 필요한 때라고 조심스레 제안하고 싶다.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시대’를 살고 있다. 이로 인해 경기 침체 등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모두의 지혜를 모아 올해는 사회 문제부터 코로나바이러스 종식까지 해결하는 원년이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그릇된 사회 인식 개선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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