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최계순/시인 수필가 고령군민신문 기자 / kmtoday@naver.com입력 : 2021년 10월 11일
글_최계순 시인 수필가
엽 서
노란 은행잎 엽서를 쓴다 가을은 편지를 쓰게 하는 먼 곳의 그대에게 가는 소식
그리운 이에게 엽서를 쓰고 답장이 오기를 기다리는 시간 손끝의 그리움은 타들어간다
당신에 대한 나의 염려가 지루할 때 나의 마음도 노란 은행잎처럼 물들어 당신의 발밑에서 서성거리고 싶다
은행나무 밑에서 쓴 엽서 푸른 하늘물로 찍어 쓴 글 당신 마음까지 푸르게 물들이고 싶다
가을엔 편지를 쓰게 한다. 그리운 이에게 가는 글이라면 더 더욱 좋을 것이다. 가을은 무성한 상처들을 치유하는 계절이다. 따뜻한 가을볕에서 모든 것들을 말리고 갈무리해야 하는 성숙의 시간. 은행나무 밑에서 한 장의 은행잎 엽서를 날려 보자.
푸른 가을 하늘 물을 찍은 한자 한자의 글이 쓰여져 그리운 이의 손에 가서 읽혀지면 좋겠다. 쓸쓸해지는 가을날이기에 더더욱 따뜻하고 눈물겨운 사랑 이야기도 좋을 것이다. 뜨거운 태양으로 지글거리며 타오르던 여름 한낮이 물러가고, 비로소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보는 사색의 시간이기도 하다.
가을 강가에 가 보면 가을 강물도 물이 든 것 같다. 숲들이 알록달록 예쁘게 익고 물들어서 강물도 가을 강이 되어 여러 가지 색깔로 흐르는 것 같았다. 그 강물을 오래 오래 쳐다보았다. 그 강물이야말로 완숙한 아름다움을 지닌 것 같았다.
나의 색깔을 다르게 입히고 물들인다는 것도, 나의 변화이며 사랑이리라. 내가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그도 내게로 다가오면서 같이 물이 드는 것이지 한쪽만의 마음으로는 물이 들지 않는다.
가을 엽서 한 장으로 물든 내 마음을 보내 보고 답장을 기다리는 기다림의 시간은 초조하다. 가을 은행나무 밑에 서서 답장을 기다리는 소녀로 변하여 나는 가슴 두근거리는 꿈을 또 꿀 것이다. 가을 여인의 변덕스런 변신을 나는 꾀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