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최계순 시인/수필가 |
손톱은 왜 자꾸 길어 나올까? 단단한 손톱을 깎으며 자세히 본다
반달로 살자니 보름달 되고 싶나? 담쟁이 덩굴처럼 뻗는 손톱 내가 담쟁이 덩굴인 것을
어디론가 기어 올라가고 하염없이 뻗어만 가는 내 안에 담쟁이 덩굴이 살아 어디로든 가야 하고 어디든 붙어 살아 나가야 하는
손톱이 기어가는 끝없는 생명력 그 질긴 성장의 힘이 무서워 손톱을 자른다
욕망의 끝을 자른다 담쟁이 덩굴손이 잘려 나간다 덩굴손이 아프다고 소리를 지른다 잘려 나간 손톱들에 피가 고인다 보름달이 되고픈 반달
운명을 바꾸려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고 담쟁이도 계속 길어 나올 것이다 나는 담쟁이 덩굴이다.
손톱과 발톱을 자른다. 왜 길어 나오는지도 모를 손톱을 깎으면서 여러 가지 일어나는 생각들을 시로 써 보았다. 손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일 안쪽에는 반달이 떠 있다. 그것은 언제나 제 자리다. 그러나 늘 반달로 있는 이는 슬프지 않을까? 등근 달이 되고픈 욕망이 얼마나 많겠는가? 작은 내 손톱을 들여다보며 나는 담쟁이 덩굴 같은 욕심과 구획 늘리기를 좋아하는 끊임없는 생명력을 가진 나도 담쟁이 덩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 것이다. 끊임없이 움직이려 하고, 정지되어 있는 쉼을 좋아하지 않는 내 성격으로 말미암아 뭐든 가고 싶어하고, 보고 싶어하고, 호기심 많은 이로 내 삶을 살게 했다. 그런 지식욕과 관심이 여러 가지 잡다한 많은 것들로 나를 채우게 한 원동력이 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시는 꿈이요 그리움이며 이미지다. 일상생활에서 건져 올리는 많은 언어와 사유들을 아주 정교하게 예쁘게 짜깁기하여 알록달록하게 비단을 짜는 일이다. 우리들 마음의 틈에서 새어 나오는 슬픔과 기쁨 놀라움 좌절 고통들이 인간의 입으로 흥얼거린 노래가 되었다가 마침내 시로 함축된다. 또한 시는 내게 영원한 숙제이며 의문이다. 아둔한 내게 좋은 시를 쓰고 싶다는 열망이 나를 늘 깨어있게 하고, 멈추지 않게 하는 열정을 가져다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