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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글쟁이 한봉수 |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즐거운 성탄절 보내시고 새해에도 즐겁게 사세요. 요즘 우리 고장은 연일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장마를 동반한 여름에 못다 한 행사를 연말이 가기 전에 하느라고 이런 북새통인 것도 같다. 여하간 국화향기 속에 즐거움이 넘침은 좋은 것 같다.
전래되어 오는 민요 중에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란 노래가 있다. 가난을 벗인 양 살아오면서, 젊고 힘 있는 시절을 기본 재산을 모으고 자녀들 앞길 열어주면서 숙명처럼 부모 봉양하며 살아온 세월이 야속하다는 생각이 드는 나이가 되어서 부르던 곡이라 생각하고 싶다. 특히 구한말(舊韓末)이나 일정치하 초기에 태어나서 평생을 노예처럼 살다가 가신님들이 남겨 놓은 노래라서 듣고 있노라면 이렇게 축제가 펼쳐지는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괜스레 보랏빛이 생각난다.
S그룹의 상속자들처럼 재산이 많은 그이들도 이 노래를 부를까? 절대 가난은커녕 정권이 바꿔도 흔들리지 않고 전세계속의 부의 상징처럼 인정받는 선택된 그들도 말이다. 흔히 하는 말로, 삼천갑자 동방삭이도 죽음을 걱정했고, 천하를 호령하던 무식한 진시황제도 두려워서 저승길에 많은 이웃을 동무했다고 하지 않는가? 하늘처럼 절대 권력을 남용(?)하여 수많은 고귀한 생명조차 겁탈한 그들도 젊어서 더 놀지 못하고 가는 것을 한탄 했을까? 물론 인류역사 속에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늘 존재하면서 어떤 특이한 계기가 돌출하여 신분 변환이 되지 않는 한 계층 갈등이야 존재 해 왔었다.
못난 인생이라 해외여행 한번 못 했지만, 현명한 석학들 덕분에 Internet netWork의 혜택으로 유명 명소를 거의 모두 간접관광을 해 왔고, 글줄을 읽다 보니 고전과 지금 아니 미래의 세상을 미리 살아 보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는 筆子가 특별한 요구사항이야 있을까마는 오직 한 곳만은 도무지 상상도 할 수가 없다. 진나라의 시황제도 두려워했다는 死後世界다.
이 지상의 수천종류나 되는 종교를 다 섭렵할 수도 없고 할 필요성도 없다고 본다. 여러 종교서적을 읽어보고 video를 보면서 느낀 점은 종교형태에는 공통점이 있음이다.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생활터전에서 고통을 주는 자연 환경이나 인위적인 억압 주체 세력을 벗어나거나 물리쳐 없애서 편안한 삶을 영위하는 것을 할 수 없으니 죽어서가는 미지의 세상에서라도 지배층이 되거나 하다못해 절대자의 도움을 받아서 편하게 살아가라는 기도를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가수가 “ 내 나이 황혼이 오면 다 끝나는 줄 알았는데...... ”라고 하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세상살이 하느라고 온갖 풍파를 다 겪어보며 내공이 높아져 있는 지금이 제일 좋더라하며 늙음이 종점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충실을 실천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음에 의지하여 근근이 위로 받으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요즘 노년층 아닐까? 마치 무서운 사후세계를 잊으려는 양으로.
몇 일전, 초등동창생 녀석의 아내이자 역시 동창생이었던 녀석이 갑자기 교통사고로 명을 달리하여 알 수 없는 어느 곳으로 갔다. 평소 밝은 성격이라 동창회라도 하는 날이면 [분위기메이커]로 활약성이 대단하였는데, 최근에는 세계여행이라고 다녀와선 라인댄스(line dance)을 춘다고 온 실내를 휘젓고 다니며 술 취하여 누워있는 녀석들의 엉덩이를 툭툭 치면서 웃음을 선물하기도 한 녀석이라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장례식장에 도착하여 보니 제 정신인 사람은 식당 아줌마뿐이고, 상복도 입지 않고 실성한 사람으로 퍼질러 앉아 “이왕 가려거든 며느리라도 보고 가지 뭐가 바쁘다고 이리 가는지 모르겠네.”하며 우는 친구 녀석 옆에는, 우정에 취한 것인지 술에 젖었는지 기차길옆 오막살이를 찾는 놈, imf가 아직 못 떠난 사람처럼 동양화48장에 목숨 거는 놈, 실없는 놈, 우는 놈, 밥 먹는 놈, 온갖 잡놈의 천태만상이 펼쳐져 있고, 상주도 문상객도 모두 두 눈이 충혈 된 정신 줄 놓은 좀비형상들이었다. 나 역시 어릴 때의 친구라서 소리 내서 울어도, 통곡을 해도, 넋두리를 타령 곡조에 실어 고함을 친들 어느 누구가 이해를 못 하리오. 그래도 글쟁이 체면이라 “이 세상일 모두 잊고, 나도 모르고 자네도 몰랐던 지금 낯설고 두려운 그곳에 빨리 적응하라.”고 이별시 한 편을 받치려니 목이 막히고 기가 막혔다. 마침 당뇨증세의 일종인 배고픔의 신호를 보내고 있어서 밥 한술 뜨려니, 아주 어릴 때 보고 못 만났던 친구의 딸이 날 알아보고 새삼스레 친구의 외손녀에게 절을 시키며, “00아, 이 할아버지가 외할머니가 자주 이야기 해 주시든 그 할아버지야.”하면서 덧 붙여서 “엄마가 아저씨 말씀을 늘 하셨어요. 특이한 성격이면서도 늘 옳은 말만 했었다고......” 하면서 울음을 멈추지 않으니 딸을 키워보지 못한 뻣뻣한 사람이지만 조용히 안아 줄 수밖에.
영정사진으로 날 맞이하는 친구의 딸로서, 어머니의 평소 말씀을 전달해 주는 전도사로서, 늙은이의 가슴에 먹먹함을 녹여주던 바로 그때, 영정사진으로 웃고 있던 옛 벗이 귀엽고 천진스런 외손녀를 통하여 나에게 전한 말씀은 “엄마, 산타크로스 할아버지가 이 할아버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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